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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3#커피한잔의생각(1128)[성전암과 수박]

옛그늘 2025. 8. 24. 17:49
20250803#커피한잔의생각(1128)[성전암과 수박]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에어컨 없이 여름을 보낸 강원도 태백과 정선에도 기구온난화의 영향이 역습하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 에어컨 실외기가 보인다. 무더위를 다스리는 첨단장비가 즐비 하지만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옛날에는 수박화채 한 그릇이면 한여름 더위가 물러나는 것 같았다. 다른 지역 자연 속에 사는 동료교사가 오두막에 애플수박을 심어 보라고 했다. 종묘상에서 모종3포기를 심고 애지중지 키웠다. 몇개가 열렸으나 모두 썩어 떨어지고 겨우 1개 건졌다. 그런데 익은 것인지 아닌지를 통 알수 없었다. 앞집 촌노에게 자문을 구했다. 다음날 일찍 전화가 왔다. 약70%는 익었다고 했다. 휴가 떠나는 손자에게 먹이려고 따왔다. 단것에 익숙한 손자는 빨간 부분 만 먹었다.

2012년 쯤 '테마기행 우리땅순례'를 집필하면서 진주 이반성면 '은헌고택과 성전암'을 취재했다. 은헌고택의 한기락 어른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자주 찾아갔는데 고인이 되었다. 속절없는 세월은 누구도 세울수가 없었다. 은헌고택의 소개를 받아 오봉산 8부 능선 암벽아래  성전암을 찾았다. 산행을 즐겨 한던때 다녀갔던 암자였다. 절집 식구도 스님과 공양주 보살이 있을 뿐 단촐했다. 지금은 가파른 도로가 생겨 차량이 힘겹게 오고 가지만 취재를 한던 때만 해도 아랫마을에서 걸어서 올랐다. 성전암은 조선 인조대왕이 즉위 하기전에 다녀갔다는 일화가 있다. 입구에 석종형 승탑이 3기가 있어 나름대로 절집의 역사가 있다.성전암의 백미는 새벽 안개가 낀날 올라와 보면 암자 아래가 온통 안개 바다를 이루는 천상의 세계이다. 가히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다가오는 아름다움' 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어느 여름날 성전암을 방문 했는데 요사채 마루에서 '반야'스님이 수박 껍데기를 깍아 먹고 있었다. 반색을 하며 스님! 왜 수박 껍데기를 드십니까? 했더니 마루에 앉으라고 했다. 하얀 속살의 수박껍데기를 건네며 먹어보라고 했다. 뱃속에 들어가면 붉은 속살이나 껍데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농사를 지은 농부의 정성은 그렇다 치고 아랫마을에서 머리에 이고 암자까지 올라온 보살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껍데기를 먹는 것 만 해도 고맙다고 했다. 수박에 얽힌 성철스님의 일화도 오래전 부터 해인사 산사에 전해내려 오고 있다. 성철스님은 기도 하러 왔다가 수박껍질이나 밥알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번 백두산 여행 길에 후식으로 나온 수박을 껍질까지 먹으라고 했다가 궁상 맞다고 핀찬을 들었다.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세상에 사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수고로움에 대해 고마움을 잊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반성 성전암 오르는 길
성전암 석종형 승탑
성전암에서 바라본 풍경
성전암 연등
성전암 대웅전
부처님 오신날 나온 성전암 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