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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모산재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영암사터.
영암사터 쌍사자석등
영암사터 귀부
영암사터 무지개 계단 흑룡의 임진년이라고 떠들썩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봄이 온다는 입춘이 지났다. 출근을 하니 책상에 동료 박광식 교사가 보낸 흰 편지봉투가 놓여 있었다. 열어 보니 하얀 한지에 검은 먹으로 ‘瑞氣集門(서기집문)’이라 해서체로 정성스럽게 쓴 글자 넉 자가 들어있었다. 대문에 붙여 놓으면 상서로운 기운이 문 가득 들어와 모인다고 했다. 이보다 더 귀하며 소중하고 좋은 선물이 어디 있으랴! 사람의 정이 물질을 나누면 조금 가고 마음을 나누면 오래 가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이다. 온 나라가 ‘瑞氣集門’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 질서 바로잡기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선진국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질서에서부터 시작된다. 질서는 공동의 선이다. 질서는 함께 지키면 편리하고 지키지 않으면 불편한 것이다. 질서가 정착되면 교통사고가 줄어 아까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그래야 선진국이 된다. 여러 나라 해외 여행길에 도로에서 뼈아프게 느낀 소감이다. 짐을 풀 여유도 없이 찬바람이 부는 길을 따라 우리 땅 답사 길을 나서는 발걸음은 행복했다. ◇ 영암사터삼층석탑·쌍사자석등 1959년 쌍사자석등을 가회면사무소에서 본래의 위치로 옮겨오면서 마을주민들은 무너진 삼층석탑을 바로 세우고 양쪽에 민가를 각각 한 채씩 옮겨 지어 놓고 절터를 지키게 했다. 1984년 동아대학교에서 발굴조사를 한 후 1999년 민가를 철거하고 복원사업을 하며 부근에 새로운 절집이 들어섰다. 답사를 갈 때마다 볼썽사납다고 투덜댔던 민가도 철거됐고 삼층석탑이 있는 절집 마당 부분에서 발굴이 진행되고 있었다. 복원정비 사업이 있고 나서 면모를 갖춘 영암사터에 갈 때마다 옛 요사채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서서 바라본다. 가람 배치가 자연적인 지형을 살리면서 석축이 단을 이루며 한 단씩 높아지는 질서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층석탑과 쌍사자석등이 정확하게 일직선상에 있고 금당터까지 이어진다. 황매산 모산재가 불상의 광배 역할을 했을 터이니 더 빼고 보탤 것도 없는 자연과 조화되는 아름다움이다. 삼층석탑은 한창 발굴을 하고 있는 마당 가운데에 외롭게 서있다. 발굴작업이 진행되면서 석탑 부근 마당에는 칸을 나누어 줄을 쳐놓았는데 그 사이로 관람객들이 아무 제지 없이 둘러보고 있었다. 영암사터에 문화유산 해설사를 배치해 발굴작업이 진행되는 현장을 보호하고 황매산 모산재 등산을 마치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화려한 폐사지의 문화재를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 삼층석탑은 흔히 보는 대로 이중의 기단과 삼층의 탑신 그리고 상륜부로 이루어져 있다. 상륜부는 남아있지 않고 기단부를 비롯한 각 부분을 간명하게 맞춰 단단하고 경쾌하면서 분명한 느낌을 주고 있는 아담한 탑이다. 화려하며 두드러진 모습이 아닌데도 무언가 매력을 풍기는 것은 탑을 장식한 화강암 색깔 때문일 수도 있다. 탑을 만든 화강암이 사람의 얼굴색처럼 약한 살구색을 띠어 가벼운 온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석탑의 높이는 3.8m로 통일신라시대 양식을 띠고 있다. 쌍사자석등은 영암사터의 핵심이고 연못 속에 있는 연꽃봉오리이다. 폐사지는 역사가 없고 허허로운 산자락에 있는 외로운 곳이지만 석등이 있음으로 해서 어느 전각이 있는 화려함보다 마음속을 가득 채워주고 있다. 석등이 앉을 자리를 만들기 위해 금당의 석축을 쌓으면서 앉을자리를 앞으로 돌출시키고 양옆에 나무에 홈을 파듯이 화강석을 가공해 아름다운 무지개 돌계단을 놓았다. 영암사터는 권역을 나누면서 금당 자리와 삼층석탑 사이에 석등을 놓을 만한 공간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석축을 앞으로 내어 쌓으면 삼층석탑이 있는 승려들이 거주하는 공간이 좁아지게 되는 것을 슬기롭게 해결한 것이다. 황매산 모산재가 안고 있는 쌍사자석등을 만날 때마다 일제 치하에서 문화재를 지켜낸 주민들에게 감사하고 고맙다는 마음을 늘 갖는다. 쌍사자석등은 팔각을 기본으로 한 전형적인 통일신라 석등 양식에서 간주석만을 두 마리 사자로 바꾸어 놓은 형태이다. 통돌을 다듬어 복련석 위에 일으켜 세운 사자는 안정성을 생각한 듯하다. 우리나라에 살지도 않는 네 발로 걸어 다니는 사자를 일으켜 세워 화사석을 받치게 한 석공의 기발한 생각은 경이롭기만 하다. 석등의 무게를 받치고 있는 두 마리 사자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보면 긴장감이나 강인함보다 어딘지 모를 여유로움과 해학이 묻어난다. 석등을 조각한 이름 없는 장인의 의도는 불교의 엄격하고 딱딱한 종교적 의미보다 탐스런 꼬리, 통통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 넓은 아프리카 초원의 왕자였을 사자이기는 하나 귀여운 강아지처럼 보이게 해 힘들고 삶이 어려운 백성들에게 친근감을 주고자 배려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 금당터·조사당터와 거북 받침 쌍사자석등 뒤로 전개되는 건물터가 금당터이다. 옛날에 땅속에 묻혀 있던 금당터를 발굴했는데 기단과 4방향의 계단, 주춧돌이 비교적 잘 남아 있었다. 북쪽을 제외하고 3면에 각각 한 쌍씩 여섯 마리의 동물을 아름다운 곡선의 돋을새김으로 새겨 넣었다. 사자로 보이는 동물들의 모습은 제각각 다르다. 고개를 홱 젖혀 당찬 기세로 노려보기도 하고 송곳니를 내민 채 눈웃음치며 쳐다보기도 한다. 또 어떤 것은 두 발에 턱을 고이고 무언가 생각에 잠겨있기도 하다. 한결같이 숱 많은 갈기와 북실북실한 꼬리를 세우고 네 발과 배를 땅에 댄 채 삽살개 같은 친근한 느낌을 준다. 돋을새김을 강하게 해 무서운 짐승에 대한 사실성을 부여했지만 불법 수호의 상징성보다는 인간적인 면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을 부정하기가 어렵다. 금당터의 계단은 기단 각면의 중앙에 연결되어 있다. 계단은 마모가 심하고 부러지기는 했지만 난간이 남아 있는데 가릉빈가를 조각해 놓았다. 가릉빈가는 사람 머리에 새의 몸으로 한없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하늘을 난다는 천상의 새다. 지금은 폐사지에서 표정도 잃고 목소리도 잊은 채 두 날개를 펴고 소용없는 날갯짓을 하고 있다. 모산재 산자락에서 영암사가 화려하던 시절 절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절터를 지키고 있는 석재들은 알고 있겠지만 여전히 제자리에 박힌 채 말이 없이 세월만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금당터의 주춧돌로 보아 금당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정방형에 가까운 건물로 두 번 이상 건축되었음을 의미한다. 금당터 위로 올라가보면 불상을 봉안했던 자리의 지대석에도 아주 작은 팔부중상 조각들이 남아 있다. 금당터에서 옆으로 난 길을 10m쯤 올라가면 지대석과 하대석만 남은 석등이 앞에 있는 건물터와 거북받침 둘이 있는 빈터가 있다. 영암사지 쌍사자석등을 일본으로 반출하려는 것을 빼앗아 보관해 지켰다는 엄파 허 면장의 공적비를 보러 취재길에 가회면사무소에 들렀다가 합천군 군의원인 아들 허종용(62)씨를 만났다. 허씨에 따르면 부친의 공적비가 세워진 것은 거창 신원면의 양민학살 사건이 있을 때 지역주민들의 많은 생명을 구했던 공이 커 주민들이 세웠다고 하며 영암사지 탑비는 재료가 석재가 아니라 철이었을 것이라 추측을 했다. 영암사터의 자료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어떤 세력에 의해 이사를 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조사당터 남과 북에 하나씩 웅크리고 있는 거북 받침이 볼 만하다. 두 개 모두 탑비는 없고 하나는 자세가 좋고 다른 하나는 무늬가 화려하다. 짧은 겨울 해를 보내고 있는 영암사터에서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 여행 TIP 맛집 ▲전원휴게소 : 정성민 ☏ 055)583-5550, 583-8550. 함안군 군북면 월촌리 217. 남해고속도로 군북나들목 근처. 고등어조림 7000원, 갈치조림 7000원, 생선찌개 7000원, 생선구이 7000원. 싱싱한 생선을 즉석에서 구워 내놓으며 깔끔하고 담백한 밥상에 단골이 많다. 통나무 건물 2층에서 보이는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마산제일고등학교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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