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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전체가 거대한 화강암으로 되어 있는 모산재. 흑룡의 새해를 맞이한 지 한 달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가는데 나는 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새해에는 작지만 소박한 소망을 갖고 싶다. 모두 제자리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올곧은 가치를 높여가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다. 이제 우리 스스로 변해야 한다. 10년 후 20년 후 자신의 모습이 얼굴만 변화할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 자화상을 마음에 그려 놓아야 한다. 세월은 빠르지만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기본을 갖추면 밝은 미래가 보인다. 묵방사 산신각.
중촌리 비석과 승탑. ◇중촌리 비석 및 승탑·묵방사 합천군 가회면 소재지에서 황매산으로 따라가는 길은 수월령을 넘으면 항상 참 잘 왔다는 생각을 한다. 모산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원주택과 바람흔적 미술관, 모산재 석양에 가려진 마을들이 한 폭의 수채화가 되어 펼쳐진다. 중촌리 대기마을에서 적연선사 승탑을 뒤로하고 묵방사 이정표를 보고 등산로를 따라 200m쯤 가면 비석과 승탑들이 모여 있다. 주변 지역을 농경지로 개간하면서 묵방사 인근에 있던 것을 옮겨 놓은 것으로 비석 2기와 승탑 9기이다. 비석은 봉암당비와 월성당심열비이고 승탑은 봉암당, 월성당, 주암당, 불암당, 황악당, 취봉당, 송상당 등은 탑신에 명문이 새겨져 있어 주인공을 알 수 있다. 2기의 비석은 낮은 사각받침돌 위로 길쭉한 몸체를 세운 모습이다. 승려의 사리를 봉안하는 승탑은 낮은 받침 위로 종 모양의 탑 몸돌을 올리고 있는데, 꼭대기에 꽃봉오리 모양의 머리장식을 얹은 것도 있고, 지붕돌을 올려 놓은 것들도 있다. 봉암대사의 승탑과 탑비만 원래의 자리로 추정된다. 승탑들은 조선시대 일반적인 양식인 석종형으로 봉암대사의 승탑은 옥개석의 귀마루 부분을 굵게 조각한 돌로 만든 사모지붕을 얹었다. 문화재자료 제79호로 지정돼 있다. 승탑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을 따라 몇 걸음 옮기면 작은 절집 묵방사가 있다. 땅속에 묻혀 없어지고 방치됐을 승탑과 비석들을 모아 보존했다고 해 찾아갔다. 묵방사의 전각은 유리보전과 산신각, 종각, 요사채가 있었고 모산재를 돌아오는 바람 소리만이 작은 절집의 적막을 깨고 있었다. 유리보전이란 동방유리광 세계를 다스리는 약사여래를 모신 전각을 뜻하는데 약사여래불이 봉안돼 있다. 다른 절집에서는 약사전이라고도 한다. 모산재 화강암 샘물. ◇대기저수지·모산재 영암사지 방향으로 길을 재촉했다. 영암사지에서 내려다보면 이 지역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넓은 대기저수지가 늦겨울 햇빛을 받아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영암사지 주차장 입구에서 풀들이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 보니 탁 트인 저수지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겨울다웠다. 저수지 주변으로는 요즘 한창 유행이 불고 있는 걷기 오솔길이 잘 갖춰져 있었다. 대기저수지를 나와 주차장에서 영암사 이정표를 따라 좁은 마을길을 지나면 400m 지점에 영암사터를 안고 있는 모산재(해발 767m)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등산로 초입에는 장종순(73) 할머니가 10년도 넘게 작은 평상을 놓고 국수, 막걸리를 팔고 있으며 등산객들에게 따뜻한 물 한 컵을 건네며 추위를 녹여준다. 모산재는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화강암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만나는 화강암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다. 그중에서 가장 고마운 것은 지하수를 맑고 깨끗하게 해줘 물을 그냥 마실 수 있는, 지구상에서 몇 군데 안 되는 나라이다. 외국에 나가 보면 우리나라 화강석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게 된다. 모산재로 가는 산행은 각양각색의 형태를 한 바위와 그 바위틈을 헤집고 살아가는 소나무의 모습이 화려한 분재라고 해야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등산로 위험한 구간은 철사다리를 놓아 안전하게 아름다운 산세를 감상하며 산행이 가능하다. 모산재까지 왕복 산행거리는 10리쯤 된다. 산행거리가 짧기는 하지만 산행의 묘미만은 듬뿍 맛볼 수 있다. 모산재 유래가 궁금해 영암사지 인근 가회면 둔내리 복암마을 윤병수(69) 이장에게 물었더니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구전되는 말에 의하면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없을 때 걸어서 산청에 가려고 가회면 소재지로 우회하면 하루가 족히 걸리는데 모산재를 넘어가면 쉽게 갈 수 있어 고개라는 뜻의 재가 붙여졌을 것이라고 했고 아니면 산을 이중으로 쓸 수 없어 모산재라 했을 것이라 했다. 윤 이장은 그래도 마을에서는 청년이라고 익살을 부리며 점심이라도 먹고 가라고 하는데 사양하고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날에도 우리 땅을 걷다 보면 아직은 따뜻한 시골 인심이 남아 있어 훈훈함을 느낀다. 영암사터 중문 석축. 일정한 간격으로 쐐기돌이 박혀 있다. ◇영암사터·영암사터 석축 모산재 등산로 입구에서 한 굽이를 돌아가면 해묵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절터의 역사와 함께 한 듯 일주문처럼 서있다.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있는 곳은 왼쪽 방향인데 폐사지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면 오른쪽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절터 끝자락에 서서 영암사터가 등진 모산재 화강암 능선을 보면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삼각형 모양으로 솟아오른 산봉우리가 굽이굽이 길게 펼쳐져 있는 모습은 배산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말 그대로 폐사지, 절은 망하고 터만 남은 곳이다. 나의 잦은 발길은 왜 허허로운 폐사지로 향하는가! 영암사터는 절 이름만 적연선사 승탑비문 탁본에 의해서 밝혀진 것 말고는 없는 비어있음으로 하여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를 하기 위함이다. 영암사터의 답답함을 알려고 수소문한 끝에 우리 답사회원인 도외숙(47) 은광학교 교사의 외가댁이 둔내리 덕만마을이라고 해 물어보았다. 도 교사가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절터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마을사람들의 노력이 컸다고 했다. 1933년 일제 치하에서 일본인들이 쌍사자석등을 몰래 가져가려던 것을 빼앗아 면사무소에 보관했다가 1959년 애초의 자리에 가져다 놓은 것도 마을사람들이었다. 마을사람들은 무너진 채 방치되던 삼층석탑을 바로 세웠고 마을에 있는 고가 두 채를 옮겨 지어 스님들이 기거하며 절터를 지키도록 했다. 면사무소에는 당시의 암파 허면장의 송덕비가 있다. 모산재의 화강암 바위 능선이 임진왜란 때 화재로 인한 그을음으로 검게 그을렸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이 지역에는 절골, 땅골, 미나리꽝, 정구지 밭, 문둑이라는 특이한 지명도 있다고 했다. 영암사터는 1984년 동아대학교 박물관에서 발굴한 후 현재도 삼층석탑 주변의 발굴이 계속되고 있다. 영암사터에는 석축이 세 군데 남아 있다. 금당터 앞의 것과 중문터에 남은 것은 놓치지 않고 보고 와야 한다. 중문터의 석축은 느티나무에서 절터로 들어갈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유물이다. 절터의 동남쪽 귀퉁이에 극히 일부가 남아 있지만 원형을 추측해 보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기존 석축에 잇대어 만든 다른 석축도 남아 있던 석축을 기본으로 삼았다. 석축에서 가장 신기한 것은 쐐기돌이다. 석축 다섯째 단과 아홉째 단에 일정한 간격으로 쐐기돌을 박아놓았다. 경주 토함산 석굴암 본존불 머리 위의 무지개 천장에 박힌 것처럼 석축의 돌들이 밖으로 밀고 나오지 않도록 하는 기능과 아울러 단조로운 석축 벽면의 무늬 구실도 했다. 도로 옹벽공사장에서 석벽에 쐐기를 박는 것을 보면서 혹시 옛 선조들의 기술을 벤치마킹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금당 터 앞 석축은 더 아름답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석축을 쌓으면서 성벽처럼 밖으로 일부를 돌출시켜 튀어나오도록 축조했다. 이것은 오로지 쌍사자석등을 위한 깊은 배려로 보인다. 쌍사자석등이 금당과 알맞은 간격을 유지하는 동시에 시상대에 서서 관객들의 시선을 모두 받는 수상자의 모습이다. 참 대단하고 멋진 발상이다. ★ 여행 TIP 맛집 ▲산골식당 : ☏ 055)934-0744. 합천군 가회면 덕촌리 377. 백반 6000~7000원. 음식재료를 밭에서 손수 가꾸거나 현지에서 구입해 항상 깔끔한 향토 음식상을 차려준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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