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40816#한절골오두막만행(794)[소확행]

옛그늘 2024. 9. 18. 19:15
20240816#한절골오두막만행(794)[소확행]이른 아침 먼동이 트기 전 창문을 열었더니 상투봉과 시루봉에 자연이 주는 흐릿한 짙은 운무가 서려있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시다모의 콩을 갈아 진한 커피한잔을 내렸다. 새벽에 배달된 조간신문을 읽다가 정치권 이야기는 식상해서 한절골 오두막만행에 나섰다. 몇일전 보다 아침 공기가 확연하게 시원 해졌다. 수달이 살고 있는 입곡저수지 수면 위로 아침 햇살이 평화롭게 내리고 있었다. 한절골 마을 인근 밭에는 시원 할때 일을 하는 촌노들이 보였다. 한절골 마을 골목길에도 인기척은 없고 유장한 매미와 닭울음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고 있었다.

오랫만에 오두막 아궁이에 군불을 지폈다. 연기가 굴뚝을 따라 오르며 활활 타올랐다. 한옥은 주기적으로 군불을 때야 벌레나 습기로 부터 보존이 가능하다. 군불이 불꽃을 내며 잘 타고 있다. 커피한잔을 내려 마시며 앞산에 우거진 싱그러운 홍송이 주는 풍경이 오두막을 채웠다. 주인을 닮은 오래된 전축에 음반을 올리고 바늘을 얹었다. 둔탁한 음반이 돌아가면서 김민기의 '아침이슬' 이 양희은의 젊은날 고운 목소리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자신의 빈약함을 채우려는 욕심과 탐욕을 내려놓은 짧은 오두막 만행의 소확행이었다.
입곡저수지 새벽 풍경
동지산 배롱나무
오두막 일출
오두막 군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