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40816#한절골오두막만행(795)[작은 행복]

옛그늘 2024. 9. 21. 09:02
20240816#한절골오두막만행(795)[작은 행복]어제 저녁 한줄기 소나기가 후드득 창문을 때리며 지나갔다. 이른 아침 창문을 통해 다가오는 무학산시루봉과 광려산 상투봉이 흰 구름에 가려 흐릿하게 보였다.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한잔을 내려 마시며 신문을 읽는 망중한을 만나는 여유이다. 관리사무소 방송에서 지하 주차장 도색공사로 차량을 이동하라고 했다.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차를 이동시키러 나가며 마시다 남은 커피를 보온병에 담았다. 작은쉼터 오두막 만행에 나섰다. 몇일전 차재문 수필가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일상의 작은 도피처가 있으니 행복 하겠다고 위안을 주었다. 그런가 싶은 생각을 하며 낮은 산들과 작은 들판의 행복한 어울림을 보며 가다 보니 한절골 들판이 반겨주었다. 바람에 일렁이는 벼 사이에서 백로 한쌍이 한가롭게 먹이를 찾으며 걷고 있었다.

자연이 주는 소중하고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여름날 진한녹색으로 색칠했던 들판의 벼들은 뜨거운 햇볕을 받아 아름다운 노란색으로 변하며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한절골 마을입구 텃밭에서는 촌노들이 배추씨를 파종하는지 부지런한 손놀림이 정겨웠다. 무더위 속에서도 가을은 오는가 보다. 무더위로 인적이 끓어져 정적이 감돌던 마을 이었는데 오랫만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오두막 1평 마루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두막 추녀에 풍경이 한가롭게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 한잔을 따르며 장사익의 '꽃구경'을 틀어놓고 작지만 소소한 여유를 만났다. 한국인의 한을 노래하는 장사익의 '꽃구경'은 노래 가사에 부모님을 '고려장' 데려 가면서 부르는 불효자의 마음이 담겼다.

오두막 마루에서 한가롭게 듣는 새소리와 매미울음 소리가 한적한 한절골의 적막을 깨워주고 있었다. 작년에는 전혀 열리지 않았던 오두막 감나무가 올해는 감이 열리고 푸르름이 가득하다. 어느 농부가 감이 떨어지는 것을 아까워 하지 마라 했다. 든실하지 않는 것은 떨어져야 남은 감이 잘 여문다고 했다. 이제 김장무우와 배추를 심어야 하는 가을의 문턱이다. 올해는 아주 적은 수량 만 배추를 파종 하려고 한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자연의 순리는 멈추지 않고 있다.뒷산 대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오두막 황토방 창문을 통해 들어와 서늘함을 전해준다. 작지만 고마운 자연의 선물이다.
정겨운 오두막 확독
산상골에서 온 멜람포디움
오두막 가지
오두막 방아꽃
산상골에서 온 맨드라미
한절골 오두막 텃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