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40920#커피한잔의생각(1088)[승려의 만행]

옛그늘 2024. 10. 9. 17:46
20240920#커피한잔의생각(1088)[승려의 만행]어제까지 불볕 더위로 숨막히는 날이었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더니 체감온도가 내려갔다. 30년 동안 산행을 했어도 올해 여름 만큼 무더위가 심하지 않았다. 오죽 했으면 산사의 템풀스테이도 에어컨이 1순위라고 했다. 만행 하기 좋은 날씨이다. 불가에서는 여름 하안거를 끝내고 마무리를 하면 매우 분주 해진다. 인연있는 절집으로 돌아가거나 은사를 만나러 가는 일 외에 자신이 마치 구름이나 된 것 처럼 자유로움을 만끽 하려고 한다. 불교 총림은 각자 나름대로 특색있는 안거 마무리를 한다.

동안거 하안거는 승가대학에서 공부하는 사미승 부터 다양한 승려들이 나름의 화두를 안고 고행 정진한다. 옛날에는 산업자본주의에 빠지지 않아 먹물옷을 입고 바랑을 짊어지고 만행을 하는 승려들을 쉽게 만날수 있었다. 도올 김용옥 지음[중국일기1]에 "불교의 핵심은 철학이지, 종교적 계율이 아니다. 공자의 핵심은 사람이지, 도덕규범이 아니다. 전통문화는 사유방식이지 예절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통적인 농경시대에는 만행하는 승려들은 철학자요, 선지자들이었다.

만행은 스님들이 수행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면서, 보고 배우며 중생의 고통에 공감하는 과정이다. 옛 스님들은 농촌을 지나다, 좋은 이야기도 전해주고, 모내기 일손도 거들어 주며, 가을에는 들판에서 벼베기를 돕기도 했다. 그래서 아무라도 할수 없는 첫번째 직업 성직자로 존경 받았다. 지금은 인연이 끓어진 승려이지만 불력이 높은 스님과 호형호제 (呼兄呼弟)했던 적이 있었다. 정처없는 만행을 따라 나서기도 하고 스님이 소임하는 절집에서 새벽3시 예불에 참석하며 몇일씩 지내기도 했다.

만행을 글자 그대로 해석을 하면'만가지 행위'로 말할수 있다. 수행자들이 깨달음을 얻기위해 수행하는 과정에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할수 있다. 우리는 수행자가 아니라도 저마다의 일상과 일터에서 하안거,동안거 같은 결제와 해제를 반복하고 있다. 우리 삶의 마디 마다 매듭을 짓고 풀기를 거듭하는 동안 진정한 수행의 덕목이 된다. 승려가 아니더라도 진정한 만행은 어려운 세상과 교감하며 중생들의 아픔을 살펴보고 나누는 것이다.
완주 송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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