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40927#커피한잔의생각(1090)[아름다운 가을]

옛그늘 2024. 10. 16. 19:20
20240927#커피한잔의생각(1090)[아름다운 가을]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았던 무더위가 언제 그랬냐 하듯이 낮은 산과 작은 들판에 가을이 속삭이듯 내리고 있었다. 이맘 때 쯤이면 커피를 마시거나, 막걸리잔을 돌리면서 '야! 완연한 가을' 이라고 찬탄(讚歎)한다.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자주 쓰는 언어가 '완연하다'고 한다. 사전적 의미는 '눈에 보이는 것 처럼 아주 뚜렷하다' 인데, '완연한' 가을은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왔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가을은 풍성한 결실의 계절이다. 하지만 매서운 계절이기도 하다. 여름내 무더위 속에서 풍작을 만들어 주었던 벼들도 낟알이 익으면 모두 베어 버린다. 한절골 들판에 벼를 베어내고 마늘 파종이 시작되었다. 앞집 촌노는 마늘이 남았다고 하며 팔렸으면 하는 의중이다. 그러나 배추가 흉작으로 흉작이 되어 김장이나 할까 우려스럽다.

지난 봄날 한절골 오두막 가는 좁은 길에 함박눈 처럼 피었던 벚꽃은 떠난지 오래이고, 무성한 나뭇잎들이 여름을 맞이 했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니 생명의 아름다움을 속절없이 보내고 있었다. 자동차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니 수족이라도 버리지 않고는 채울수 없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가 싶다. 자연은 그저 욕심과 탐욕을 가지지 않고 자연의 순리에 따른다. 인간만이 권력이나 탐욕의 문고리를 잡으면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가을은 나무들이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는 계절이다. 권력이나 자연은 가진 것을 버려야 새로운 것을 얻는다.

상식이 무너져내린 불확실성 시대이다. 끝없는 무더위, 폭우, 강풍이 그랬고, 농산물 고사가 그랬다. 머리를 조아리며 표를 구걸 하다시피 정치인들도 그렇다. 시청자가 원하는 정보를 광고로 도배를 하는 언론도 바른 것을 찾기 어렵다. 의정갈등은 의료대란으로 치달아 힘없는 백성들 만 괴롭다. 한절골 들판 사이로 한가롭게 거니는 백로의 모습이 평화롭다. 우리들의 민낯과 속살이 드러나 보이는 가을이다. 국가 지도자들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백성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가을을 소망한다. 어른이 없는 세상이 참담하다.
가을이 머무는 함안 이수정
남강 나루터-- 의령군 정곡면 빛바랜 표지
한절골의 아름다운 가을
한절골 들판의 뫼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