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40811#한절골오두막만행(793)[여름날 만행(漫行:이리저리 한가로이 걸어 다님]

옛그늘 2024. 9. 7. 07:04
20240811#한절골오두막만행(793)[여름날 만행(漫行:이리저리 한가로이 걸어 다님]가을이 온다는 입추가 지났는데 폭염과 열대야가 하직 인사를 하지 않는다. 과학 문명의 기상청 예보는 연일 영혼없는 엄포(!)를 전하고 있다. 이런 저런 핑개로 지레 겁(!)을 먹고 몇일째 오두막 만행을 나서지 않았다. 새벽 쯤에는 창문을 닫아야 할 만큼 기온이 내려가 가을이 성큼 오나 싶었다. 오전을 집에서 보내고 몇일 만에 한절골 오두막 만행에 나섰다.한가로운 도로변 창밖에는 따가운 햇볕이 내리고 있지만 푸르게 물들어 있는 낮은 산과 들판이 행복한 어울림으로 넉넉하게 다가왔다.

한절골 들판에서 보이는 여항산도 오늘은 선명하고 뚜렷하게 다가왔다. 벼가 익어가는 한절골 들판에는 백로가 벼사이를 거닐며 유유자적 먹이를 찾고 있었다. 한절골 도림마을에 들어서니 조용함이 가득하다. 여유롭게 골목을 다니는 들고양들이 먹이를 주는 가 싶어 이방인을 바라보았다. 감나무 그늘이 드리운 오두막 마루에 앉아 아파트 재활용품 분류장에서 가져온 선풍기를 켰다. 방안 온도계는 30도를 가파르게 넘으려고 했다. 3박자 다방커피를 한잔 탔다. 얼음물을 채우니 냉커피가 되었다.

전축을 켜고 음반에 바늘을 올리니 고요하고 잔잔한 음악이 오두막 작은 공간을 채운다. 떠나는 여름이 아쉬운지 유장한 매미소리가 오케스트라가 된다. 작은 오두막에 새들도 날아와 장날의 이바구 처럼 한바탕 지저귀고 날아갔다. 노랑나비도 날아와 가지꽃에 앉아 춤을 추었다. 올해 농사는 텃밭에 심은 상추는 잘 되었다. 그러나 고추농사는 실패이다. 감나무에서도 감이 떨어지고 있다. 촌노의 말에 따르면 적당하게 감이 떨어져 주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한낮의 따가운 햇볕이 드는 마루에 앉아 낮은 마음으로 욕심괴 탐욕을 내려놓고자 잠시 명상을 했다. 우리 삶의 옳은 길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여항산
한절골 들판
한절골 배롱나무
오두막 텃밭 오이
자연의 전령 사마귀
오두막 텃밭 가지
오두막 건너편 송림
한절골 나비의 군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