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문화유산답사기

20220531#제327차전북완주:곱게늙은절집화암사가는 길2

옛그늘 2022. 6. 16. 07:52

20220531#제327차전북완주:곱게늙은절집화암사가는 길2
산골의 가을은 왜 이리 고적할까! 앞 뒤 울타리에서 부수수 하고 떨잎은 진다. 바로 그것이 귀밑에서 들리는 듯 나직나직 속삭인다. 더욱 몹쓸 건 물소리, 골을 휘돌아 맑은 샘은 흘러내리고 야릇하게도 음률을 읊는다.
퐁! 퐁! 퐁! 쪼록 퐁!
-1933년 김유정의 단편소설[산골나그네] 중에서-

미완의 세계로 빨려들어 가듯 좁은 길을 따라 가는 길에서 진정한 답사객이라고 하면 김유정의 '산골나그네'의 한귀절이 떠오른다. 누구나 한번쯤은 고적한 산사를 꿈꾸어 봤을 것이다. 한적한 좁은 시골시멘트 도로에서 만난 마을버스도 '자기동네에서는 뭐도 절반은 먹고 시작 하다는 말처럼 밀고 들어왔다. 마음씨 고운 (주)서진항공여행사 허성룡씨는 마을버스 보다 덩치가 큰 전세버스를 기꺼이 후진해 주어 양보했다. 우리는 답사도 사람도 그리 한다.

초록이 우거진 화암사로 가는 길은 빛바랜 이정표가 홀로 절집이 있다는 것을 가리켜 줄뿐 그흔한 기념품점, 식당도 없었다. 버스 지붕이 닿을 듯 하는 숲으로 들어서자 어떤 회원이 걸어가야 하는데! 하는 탄성을 했다. 끝나고 오는 길에 그러자고 했다. 회원들은 즉흥적으로 말 하지만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인솔책임자의 숙명이다. 주차장에 버스가 도착하니 약속을 해놓은 완주해설사 이정지씨가 손을 흔들어 반겨주었다.

화엄사 안내판 앞에서 완주 이정지 해설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화암사는 세상의 인연에 들뜬 경박한 절이 아니라 외로움이 깊어 무거운 적막감으로 가라앉는 그런 절집이다. 찾아가는 길 조차 희미해 차라리 비현실적으로 그려지는 아릿한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절집이다. 버스주차장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 오솔길을 헤쳐가도 부족함이 없다. 그 옆에는 중장비를 동원해서 밀고 깍아 널직한 길을 만들었다. 조금 편해보자는 인간의 욕심과 탐욕이 보인다. 꽃이 피고 낡은 통나무 의자에 앉아 쉬어도 정겹운 길이다. 그렇게 화암사로 빨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