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문화유산답사기

20220616#제327차전북완주:곱게늙은절집 봉명산화암사 가는길3

옛그늘 2022. 6. 18. 12:29

20220616#제327차전북완주:곱게늙은절집 봉명산화암사 가는길3. 전북 완주의 두메산골 곱게 늙은 절집 화암사는 푸른 녹음이 익어가던 5월에 다녀왔는데 그리움을 놓지 못하고 있다. 심상한 길이 크게 휘어져 가 닿는 산 속 빈터, 화암사에 오면 누구라도 무장을 해제해야 한다. 자신의 두발에 의지해 남은 길을 걸어야 한다. 지금은 철 사다리가 놓여 그나마 쉬운 길이 되었다. 절집의 주인겪인 스님도 예외 일수 없으며 , 좋은 차를 타고 온 사람도 소용없다. 남녀와 노유도 이 길 앞에서는 동등하다. 더 이상 찻길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절까지 이어지는 길은 평등의 길이요, 자유의 길이다.

15세기에 씌여진'화암사중창기'에 묘사된 길과 절의 모습을 보면 '고산현 북쪽 봉명산속에 있다. 골짜기가 깊속하여 사방을 둘러보아도 길이 없어 사람은 물론 소나 말의 발길도 끓어진지 오래다. 골짜기 어귀에 수십벼랑이 있는데 계곡물이 흘러내려 폭포를 이룬다. 바위벼랑의 허리를 잡고 한 자 남짓의 폭을 부여잡고 올라야 비로소 절에 닿는다. 골짜기는 넉넉하여 만마리 말을 감출 만 하고 바위는 기이하고 나무는 해묵어 늠늠하다. 고요하고 깊은 성처럼 잠겨 있으니 참으로 하늘이 만들고 땅이 감추어둔 복된 곳이다' 했다. 순례자들의 마음에 무엇을 담았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화암사는 곱게 늙은 아름다운 절이다.

시절이 하수상하여 요즘에는 사람 마음은 물론 산천조차 날로 달라지고 있다. 그래도 화암사 가는 길은 옛모습 그대로 여서 아름답다. 화암사 기행의 아름다움을 사진작가 조희성씨가 동행하여 맛깔스럽게 담아 올려 놓았으니 아무리 보아도 그저 아름답다. 옛날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물이 많은 계절에 폭포로 변하는 길에 1983년 철제 계단을 놓았다. 철제 계단을 놓은 것이 부끄러웠던 것일까 군데군데 안도현의 시를 도배 하듯 붙여 놓았었다. 영혼을 팔아 편리를 산 셈이 되었다. 철제 계단을 버리고 옛길을 택했다. 어느 길을 택하던 우리는 한길에서 만난다. 한 구비를 돌아서면 작은 성처럼 화암사가 순례자를 앉아줄 것 처럼 기다리고 있다. 우리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