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문화유산답사기

20220213#한절골오두막만행(673)[봄날의 작은 여백]

옛그늘 2022. 2. 19. 11:23

20220213#한절골오두막만행(673)[봄날의 작은 여백]

유명한 인물도 아니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10여 일 만에 오두막으로 향했다. 설 전 한절골 도림마을 부녀회장에게 메주 5개 구입을 부탁했다. 엊그제 음력 정월은 장 담그는 때라며 전화가 왔다. 한절골 촌노들이 봄날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타작을 해서 가을에 메주를 만드는 정성이라 장맛도 좋을 것 같았다. 듬직한 메주 1개에 2만 원이라 5개 10만원이었다. 하얀 보자기에 싼 메주를 받아보니 묵직했다. 정성에 비하면 비싸지 않았다. 부녀회장은 항아리에 물 3말을 부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두막 아궁이에 군불을 지폈다. 날씨가 풀리면 군불을 오래 때지 않아도 황토방에 따뜻한 온기가 금방 오른다. 방안의 온도계가 섭씨 15도만 되어도 훈훈했다.

커피 한잔을 유기 놋그릇 받침대를 장난 삼아 내려 보았다. 잠시 망중한을 만나는데 대문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대문에 동네터줏대감 할머니 두 분이 있었다. 할머니들이 오두막 방문은 처음이다. 70년 된 한국 전통의 오두막 마루에 앉자 3박자 커피를 한잔을 탔다. 한절골 마을의 여론을 주도하는 분들이다. 메주 가격부터 누구한테 샀느냐?. 곶감을 팔아준 것까지 묻고 마을의 대소사도 알려 주었다. 내년에 자기들 메주도 팔아달라고 농담을 던졌다. 마을의 촌노들과는 일부 인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시골마을에 동화되기는 쉽지 않았다.

촌노들이 떠나고 양지바른 감나무 아래 보라색 봄까치꽃과 연분홍 광대나물 꽃이 강남의 봄을 오두막으로 가져오고 있었다. 두 가지의 꽃은 서로 다르지만 나름대로의 색깔과 모양을 뽐내며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았다. 따뜻한 바람도 지나가며 사이좋은 꽃들을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있고 봄날의 휴일이 저물고 있다. 그저 모든 것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밀려오는 저녁이다. 어둠이 내리는 한절골의 소소하고 편안한 마음이 행복으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