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41122#한절골오두막만행(812)[자연의 순명]

옛그늘 2024. 12. 21. 11:09
20241122#한절골오두막만행(812)[자연의 순명]순명의 사전적 의미는"명령에 따름"이다. 종교에서는'하느님의 뜻에 일치하는 삶'을 의미한다. 천주교에서 사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가장 낮은 곳에서 업드려 거룩한 뜻을 받들겠다는 맹세를 한다. 만행을 한다고 몇일간 비워 두었던 가을이 깊어가는 한절골오두막으로 향했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는 가축에게 먹일 곤포 사일리지 볏단 뭉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텅빈 한절골 들판 가운데서 잠시 서서 함안의 진산 여항산을 바라보며 짦은 멈춤을 했다. 분주하게 오두막에 간다고 반겨주는 이가 없다. 그러니 잠시 자연을 만나는 행복을 만났다.

한절골 마을에 들어서니 곶감에서 달콤한 냄새가 뿜어져 나온다. 오두막 양지바른 담장에는 보라빛 제비꽃이 피었다. 배추는 김장 배추 만큼 컸고, 가지와 호박은 수명을 다하고 자연에 순명하고 있었다.여름내내 징한 여름을 견디며 호박과 가지를 밥상에 올려주었다. 참 고마운 자연이다. 앞집 촌노께서 함안 특산품 곶감을 깍던 일손을 멈추고 잠시 인사를 나누었다. 내가 따님 자랑을 했다. 마을 골목에 떨어진 낙엽을 쓸어 군불을 때고 녹차를 한잔 내리고 나니 점심 때가 흘쩍 지났다. 작은 여유와 쉼을 만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자연의 순명이 경이로운 날이다.
오두막 배추
자연의 순명
자연의 순명
한절골 곶감
한절골 곶감
오두막 순명
오두막 군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