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40403#한절골오두막만행(780)[차 한잔의 망중한]

옛그늘 2024. 4. 4. 18:18
20240403#한절골오두막만행(780)[차 한잔의 망중한]이른 새벽 부터 비가 종일 쉼도 없이 줄기차게 내렸다. 오늘 내리는 비처럼 끈기있게 무엇을 하면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두막 가는 가로수 벚나무에 소복을 한 여인 같았던 흰 벚꽃은 비에 젖으며 속절없이 떨어져 흩날리고 있었다. 봄날을 장식 하던 예쁜 꽃잎들이 떨어지는 것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함이니 아쉬워 하거나 서러워 할 일도 아니다. 우리 인생도그런 것 아닌가 싶었다. 앞집 촌노가 건네준 돈부 콩을 심을겸 오두막 만행에 나섰다. 어제 군불을 땠더니 방안에 온기가 밀려왔다. 비오는 날은 농촌은 휴식이다. 이른 새벽부터 진한 커피를 한사발 마셨으니, 홍차를 다기에 두 스푼 넣고 따뜻한 물을 넣고 잠시 기다렸다. 수덕사 답사기행 때 대웅전에 켰던 굵직한 양초 토막을 회원이 시주를 하고 받아 주었다.

그냥은 결코 주지 않는다. 창호지로 도배를 한 작은 방안에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촛불을 켰다. 그윽한 양초의 향기가 방안으로 퍼져나갔다. 차를 마시며 LP음반에 바늘을 올려 비내리는 분위기에 맞는 김영동의 '선'을 틀었다. 은은한 홍차향기와 양초의 향기, 음악이 행복한 어울림으로 행복한 여유를 주었다. 인적 없는 한절골오두막에서 속절없이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산사의 암자에 왔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칠줄 모르는 빗방울은 지붕을 타고 내려와 확독을 채우고 있고 담장에 기대선 노란 아기똥풀 꽃도 얼굴이 간지러워 고개를 돌렸다. 비오는 날 한절골 오두막에서 만난 짧은 망중한이었다.
확독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홍차 한잔의 여유
색깔을 드러내는 텃밭의 상추
오두막 화원
담장에서 고개숙인 꽃
오두막 담장에 생명의 기운이 솟아오르고 있다
오두막 건너편 송림에 내리는 꽃비 같은 빗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