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30226#한절골오두막만행(725)[봄날의 짧은여유]

옛그늘 2023. 9. 17. 10:46
20230226#한절골오두막만행(725)[봄날의 짧은여유]해가 중천에 뜬 늦은 시각 한절골로 향했다. 텅빈 황량한 한절골 들판에도 봄의 화신이 찾아오고 있었다. 오두막 앞집 부지런한 농부는 푸른 싹이 돋아난 마늘밭을 오가며 잡초를 뽑아주며 앉아서 마늘이 자라는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다른 들판 한켠에서는 논바닥에 이른 퇴비를 뿌려주고 있었다. 농부는 봄이오면 풍년이 오던 흉년이 오던 자연이 주는 만큼 받으며 농사 준비를 한다. 고요와 적막이 가득한 양지바른 한절골 작은 오두막에도 봄기운이 찾아와 구석구석에 스며들고 있었다.

봄날의 따뜻한 햇볕이 작은 오두막이 넘치도록 담아 주고있었다. 담장을 기대고 선 매화도 꽃망울을 맺으며 봄의 화신을 기다리고 있다. 물을 채워놓은 확독주변과 마당에 뿌려 놓은 모이는 몇일은 그대로 두더니 모두 먹었다. 새들이 몇일간 먹지 않고 보기만 하더니 이제는 잘 먹는다. 그에 대한 보담을 하듯이 주변에서 지저귀고 있었다. 아궁이에 장작을 푸짐하게 밀어 넣으니 군불이 강렬하게 타오르며 오두막에 따뜻함과 안온함을 가득 안겨주었다.

토방에 있는 야외용 의자에 앉아 70년 넘은 작은 마루에 기대 커피한잔 내렸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건너편 산자락 진한 푸른 홍송 사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진한 향기를 주고 간다. 오래된 엘피 판에 바늘을 얹어 요한스트라우스 왈츠를 들으며 작은 여유를 만났다. 비들기 한마리가 텃밭에 날아와 모이를 찾더니 인사를 하는듯 날아갔다. 2월의 마지막 휴일 봄날 작은 소확행이다. 그렇게 2월이 마무리 되는가 보다.
오두막 머위
오두막 마늘
오두막카페 커피한잔
바람과 하늘과 대나무
오두막 군불
오두막 봄까치꽃
요한스트라우스 봄의 왈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