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문화유산답사기

20220529#제327차전북완주: 곱게늙은절집 봉명산화암사 기행1

옛그늘 2022. 6. 2. 07:03

20220529#제327차전북완주: 곱게늙은절집 봉명산화암사 기행1

불명산 자락에 있는 화암사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사찰이다. 오지의 깊은 산속에 세월의 흐름을 멋지게 담고 있다. 자연에 숨어있듯 묻혀있기 때문에 절집을 찾아가는 길도 재미 있다. 시인 안도현은 "나혼자 가끔씩 펼쳐보고 싶은, 작지만 소중한 책 같은 절"이라 했다. 그 길을 따라 답사기행을 나섰다. 4번째 발걸음이었지만 기억 속에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은 빛바랜 안도현 시인의 시 뿐이었다.

 

[안도현은"화암사"에서]인간세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쫒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 가는 불명산 능선 한 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쫒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안도현, <화암사,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