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350] 곁쇠 교육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에 유학하던 어느 날 다른대학으로 떠나던 젊은 교수가
내게 수상한 열쇠를 하나 건네주었다
학과건물의 모든 문을 열수 있는 마스터 키(master Key)라는데
몰골은 영 아니었다
그냥 곧바르고 매끈한 뼈대끝에 작은 돌기 하나가 돋아있는
열쇠였다
그런 밋밋한 열쇠로 뭐가 열릴까 싶었는데 그날 밤 나는 그 열쇠로
거의 모든 방을 기웃거릴 수 있엇다
이렇듯 제 열쇠가 아닌데도 자물쇠를 열 수 있는 만능열쇠를
순 우리말로 곁쇠라고 한다
거의 모든 출입문에 설치되어 있는 원통형 자물쇠는 대개 납작한 뼈대에
오돌도돌한 돌기들이 도드라진 열쇠로 연다
언뜻 생각하면 이 돌기들이 자물쇠의 움푹한 홈들과 결합해 잠금을 푸는것 같지만
사실 돌기는 핀을 밀어올려 아무 문이나 다 열리는것을 방지한다
결국 문을 여는건 돌기가 아니라 뼈대이다
그래서 마스터 키를 '골드쇠(skeleton Key) 라고 도 부른다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갈 지금 청년세대는 평생 직종을 적어도
대여섯번이나 바꾸며 살것이다
대학에서 취업 관련 수업이나 듣고 스펙이나 쌓아본들 기껏해야
첫직장을 얻는 데나 도움이 될 뿐이다
첫직장의 문이나 열어 주는 평범한 열쇠가 아니라 평생 여러 직장의 문에
꽂아볼 수 있는 열쇠가 필요하다
하버드 예일 옥스퍼드 등 세계적 명문대학들은 왜 사회변화와 산업수요에 맞춰
학과를 개편하기는 커녕 수 백년동안이나 변함없이 인문과학과
기초과학 위주로만 가르치고 있을까?
인문과학과 기초과학의 기반만 쌓으면 언제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걸
그 대학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행 어느 한 직장의 문이나 열려고 돌기투성이 열쇠 하나를 깍느라
대학4년을 온전히 바치는것은 참으로 손해막심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다
21세기형 4년제 대학에는 그 어느때보다 '곁쇠 교육'필요하다
곁쇠의 뼈대가 바로 기초학문이다
'사회 수요 맞춤형 인재 양성'은 전문대학의 몫이다
[국립생태원장 . 이화여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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