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나옹스님 이야기 1>

옛그늘 2016. 1. 14. 10:54

<나옹스님 이야기 1>

오대산에는 자장율사와 사명대사를 비롯해서 많은 스님들이 머무셨지만, 가장 많은
수행일화를 남기신 분은 아무레도 고려말의 나옹스님 입니다.

오대산에는 소나무가 자라지 않습니다. 전해지는 말로는 나옹스님이 음식을 발우에
담아가던 중 그 위로 소나무에 쌓인 눈이 떨어지자 산신령이 노해서 소나무를 쫓아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대산에는 칡도 자라지 않는데 이 역시 나옹스님과 관련된 일화가 전해집니다.
하루는 북대 미륵암의 나한상을 상원사로 옮겨야 했는데 이게 길이 머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스님들이 모두 꺼리자  나옹스님이  나한전에 가서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면서 "꼭 이 산승(山僧)이 옮겨 겠습니까? 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나한상들이 벌떡 일어나 상원사까지 걸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상원사에서 헤아려보니 한 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나한 중 한분이 그만 칡�쿨에 걸려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일로 인해서
칡도 그만 오대산에서 추방되었다고 하지요.

이런 이야기는 아마도 추운 기후 때문에 오대산에 서식하지 못하는 소나무와 칡을
너무나도 위대한 나옹스님과 결합해 만들어 낸 이야기일 겁니다. 또 이 이야기를 통해
언젠가 북대에서 상원사로 나한상을 모셔올 때 힘들었던 상황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선종(禪宗)의 가르침에는 "달을 가르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왜 보나?"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이 이야기는 전설인 동시에 상징입니다. 또 이 이야기의
이면에는 오대산에 주석하셨던 나옹스님에 대한 후대 사람들의 그리움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