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40226#커피한잔의생각(1060)[쉼 그리고 멈춤]

옛그늘 2024. 2. 27. 09:12
20240226#커피한잔의생각(1060)[쉼 그리고 멈춤]제364차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전남구례 기행에서 겉만 화려해진 절집을 만나고, 함께 살겠다고 '상생의 길'을 만들었다는 천은사 주변의 둘레길을 걸었다. 우리 삶에서 가장 보편적인 자연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사회를 지향 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천은사에 대한 추억은 고약하다. 백주 지방도로에 영혼없는 일주문을 세우고 입장료를 징수했던 조폭들 같았던 행태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절집에 가고 문화재를 관람하면 당연히 관람료를 내야 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천년고찰 천은사 주차장입구앞 도로를 지나 시암재로 넘어가는데 봉이 김선달 처럼 입장료를 징수해 갔으니 황당했다. 당시 그들의 설명은 일주문이 세워져 있고 절집 땅 주변에 흩어져있는 문화재를 본다는 희한한 논리를 폈다.

입장료를 반환 하라는 개별적 소송도 자주 있었다. 대부분 승소 했으나 법원은 효력은 소송 당사자에게 만 있다고 판결했다. 낮은 곳에서 성자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절집 간판을 걸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경찰이 출동해도 속수무책 안하무인이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입장료를 피해 갔지만 결국 관계 기관들이 수입을 보전해주는 조건으로 입장료가 폐지되고 부끄러운 매표소 건물도 철거 되었다. 답사기행을 다녀오면 생각을 담는다. 다음날은 더 일찍 일어나 새벽 커피 한잔을 내려 쉼과 멈춤을 갖는다. 창문을 열며 어둠은 밝음을 이기지 못하고 무학산과 광려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시루봉과 상투봉에 설국이 열렸다. 자연이 주는 행복한 아름다움이었다. 더할 것도 뺄것도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이다.

오늘 오두막 가는 길을 멈추고 커피를 내려 눈이 녹아 내리며 광려산 상투봉이 푸른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산다. 조금은 느리게 살아야한다. 욕심과 탐욕은 내려 놓아야 한다. 쉼은 또 하나의 여유를 주며 생각을 담아준다. 길을 가는 것은 멈추기 위해서이다. 멈추지 않는 길은 없다. 조용헌작가는 1만 권의 책을 읽고 1만 리의 걸음으로 삶의 풍파를 견디는 내공을 쌓았다고 했다. 작금에 벌어지는 아귀다툼의 세상일을 보면 자신들 만 옳다고 하는 싸가지에 있다. 법치를 주장하는 인간들도 권력을 쥐었을 때는 백성들에게 사탕 발린 소리를 하면서도 뒤로는 엉뚱한 작태를 일삼았다. 권력을 잃으면 또 읍소한다. 이제 내려서야 한다. 부처를 팔아 백주도로에 일주문을 세우고 입장료를 갈취했던 무리들과 무엇이 다른가. 멈추고 쉬면서 스스로를 내려놓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서 광려산설경
무학산 설경
입장료를 받던 천은사 일주문
천은사 계곡
천은사 상생의 길
천은사 차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