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31209#커피한잔의생각(1043)[제361차 남도답사 1번지]

옛그늘 2024. 2. 6. 14:13
20231209#커피한잔의생각(1043)[제361차 남도답사 1번지]방랑의 마음이 새벽을 깨운다. 젊은시절 부산진역에서 빈 배낭 하나 메고 10시간은 족히 걸리는 경전선 완행열차를 탔던 추억이 답사를 떠나는 날 다가왔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는 원동역 사람진역, 한림정역, 진영역을 지나며 산을 만나고 강을 건넌다. 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진 산인역을 지날 즈음이면 입석열차에 새벽 장이 가득선다. 열차에 장이서면 부산에서는 해산물이 올라오고 산인역을 지날 때는 구수한 떡과 진빵도 올라왔다. 함안 진주 하동을 거쳐 벌교역에 닿으면 점심때이다.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가 되었던 벌교역은 구수하고 걸죽한 사투리에 사람냄새가 나는 시끌벅적한 곳이었다. 전라남도 보성과 강진은 이맘때 쯤이면 진한 녹색의 녹차밭과 보리가 강한 생명의 기운을 가득 채워주었다. 지금이야 몸과 마음이 고급이 되어 교통편도 좋아야하고 잠자리도 좋아야 한다. 그러나 그때는 몸을 기대는 곳이 잠자리요, 이름 없는 촌노들이 건네주는 새참 한그릇이 허기를 달래주었다. 아무리 진수성찬을 받아도 그때 먹었던 맛을 잃어버렸다. 세상이 변하니 사람도 변하는데 자연은 그대로이다. 낮은 산과 바다의 행복한 어울림을 만나러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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