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③ 불교와 산신

옛그늘 2015. 12. 23. 10:41

③ 불교와 산신

 불교에서 신은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또한 불교는 인도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산신이 가람배치 속에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그리 단순한
문제만은 아니다. 실제로 도시가람에 있어 산신과 관련된 숭배양상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산지가람에 있어서는 관점에 따라서 산신이 주인이요, 사찰이 객일
수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종교는 민중과 유리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민중의 바람 중 하나인 전통신앙의
산신을 수용하는 것은 비불교적인 동시에 불교적일 수 있다. 이는 불교가 신을 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수단으로 인식하는 관점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즉, 불교와 산신은 ‘전통문화에 대한 민중의 요청’과 ‘방편적인 수용’이라는 관점 속에서
한데 어우러질 수가 있는 것이다.

 불교의식문의 「신중청神衆請」을 보면 “내호조왕內護王 외호산신外護山神”이라 하여,
집 안에서는 조왕신을, 밖에서는 산신을 최고로 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의
조왕과 산신은 공히 비불교적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 불교는 민중을 품에 안으려 했고,
이것은 오늘날까지도 사찰 공양간의 조왕단과 산신각으로 유전되고 있다. 그러나 그 유형적인
형식은 남아 있으나, 바로 그러한 정신은 산일된 것 같아 문득 아쉬움이 스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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