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③ 윤회봉사와 분할봉사

옛그늘 2015. 12. 15. 17:44


③ 윤회봉사와 분할봉사

 임진·병자의 양란 이전만 하더라도 불교적인 유풍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남녀의 성별과 관계없이 자식들은 균분상속을 했다. 그러다 보니 특정 후손만이
제사를 지내는 것은 불합리했다. 즉, 조선후기와 같이 嫡長子相續制가 일반화되어
적자이자 장남에게 거의 모든 재산이 상속되고, 그와 더불어 제사권이 넘어가는
경우와는 다른 상황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래서 발생하는 문화가 바로 윤회봉사輪回奉祀이다. 윤회봉사는 자녀들이
서로 순서에 따라서 돌아가며 제사의 비용을 대는 것을 말한다. 즉, 순번에
따라서 제사를 받든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럴 경우 혹자는 그러면 년도 별로
제사를 받는 위패가 옮겨 다니냐고 묻고는 한다. 그러나 이때는 사찰에 영구
위패를 모셔놨었다. 그러므로 자녀들이 돌아가면서 제사비용만 부담하고,
기일에 맞춰서 사찰에 와서 제사를 지내면 되는 것이다.

 오늘날 자녀의 균분상속이 법제화되면서 제사는 계륵鷄肋과 같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더구나 핵가족화가 되면서 작은 집에 살 경우 제사와 같은
손님을 치르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과거와 같은 윤회봉사의
전통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한다.

 또 과거에는 윤회봉사 말고도 분할봉사分割奉祀라는 것도 있었다. 분할봉사는
특별하게 더 가까웠던 조상님의 제사만 따로 떼어내서 한 사람이 독점해서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율곡이 외할머니로부터 서울 수진방의 기와집을
물려받고서 외가의 제사를 지낸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분할봉사인
동시에 외손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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