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50310#커피한잔의생각(1112)[조용히,천천히]

옛그늘 2025. 3. 24. 18:01
20250310#커피한잔의생각(1112)[조용히,천천히]40년 직장생활을 접고, 은퇴의 세상으로 나왔다. 은퇴의 사전적 의미는 '맡은 바 직책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서 한가로이 지냄'이다. 여유가 생기면 지나간 추억의 조각들이 떠오른다. 한국전쟁때 태어나 어린시절을 궁핍 하게 보내기는 했지만, 섬진강 지류 추령천에서 바가지에 삼베를 덥고 구멍을 뚫어 물고기를 잡아 천렵을 했던 추억이 아련하다. 친구들과 멱을 감다가 물 밖으로 나와 넓적한 자갈을 배 아래에 놓고 햇볕에 데워진 온기로 몸을 말리며 장난을 치며 웃던 시절이 그립다.

비상계엄으로 주인없는 난파선 같은 시끄러운 세상을 한탄 한다. 조정래 장편소설 '황금종이' 3대 필요악으로 꼽는 '정치''종교''돈'중에서 '돈' 만 제거해 버리면 세상이 평탄해질 것 같다. 고산 윤선도는 낙향 하다가 남도 보길도에서 태풍 을 만나 안빈낙도(安貧樂道: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지키며 즐김)를 꿈꾸었다. 권력과 돈, 명예에 매달리지 않고 고요하고, 평온하게 일상을 살아간다. 평생 직장에서 은퇴하고 나면 주변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져 간다. 친구와 동료,지인들의 부고를 수시로 듣게 되고,세상의 많은 것들이 나와는 무관한 것 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공자께서는 '술과 밥을 함께 할때는 형제 같은 친구가 천명이 있었으나, 위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는 하나도 없느니라'고 했다.

은퇴하고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독서와 오두막 만행이다. 서재에 먼지를 둘러쓰고 있는 깊이가 있는 골치 아픈 책들이 오래도록 꽂여있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인근 도서관에서 대출받는 가벼운 소설들은 반납을 지켜야 하니 읽는 것을 지체 할수 없다. 책을 읽고 나면 빈 주머니에 재산이 쌓이는 것 같다. 소설은 문학이라는 영혼을 빌려 현실은 아니라도 미래의 행복을 담아주고 채워준다.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쓴 각자 다른 작가의 소설은 주제에서 상당한 거리를 가지고 있다. 작가의 문학적 가치를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스스로 비대한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세상 일을 인터넷에 올려 발산하고 있다. 세계는 전쟁과 기아, 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며 고통 당하고 있다. 다른 삶과 비교하지 않고도 타인의 아픈고통을 공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용하고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
봄이오는 한절골 오두막
조용히, 천천히 존엄과 희망을 재발견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