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의 진동’ 관측 증명
캐나다 맥도널드 공동 수상
노벨상에서 ‘일본 파워’는 대단했다. 생리의학상에 이어 물리학상도 일본의 학자가 받게 됐다.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위원회는 6일 일본의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56·사진) 도쿄대 우주선(宇宙線)연구소장과 캐나다의 아서 맥도널드 퀸스대학 명예교수가 올해 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1959년생인 가지타는 사이타마 대학을 졸업하고 도쿄대 이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우주의 기본입자 중 하나인 ‘중성미자(中性微子·뉴트리노)’를 연구했다. 이미 일본 학사원상을 비롯해 실험물리학자에게 주어지는 파노프스키상 등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저명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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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미자에는 전자, 타우, 뮤온의 세 가지 형태가 있다. 기존 이론은 세 종류 모두 질량이 없으며, 만약 질량이 있다면 긴 거리를 날아가는 도중 다른 형태로 변하는 ‘뉴트리노 진동’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가지타 교수는 중성미자의 진동과 형태 변환을 관측으로 증명해낸 인물이다. 뉴트리노 진동을 확인하려면 방대한 관측 데이터가 필요했다. 가지타가 이끄는 도쿄대 연구팀은 기후(岐阜)현의 폐광 지하 1000m에 카미오칸데와 슈퍼카미오칸데라는 관측장비를 설치했고, 1998년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진다는 사실과 뮤온형이 진동을 일으켜 타우형으로 변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맥도널드 교수는 2001년 태양에서 방출된 중성미자가 지구에 이르기 전 형태를 바꾼다는 것을 확인했다. 노벨위원회는 “카멜레온 같은 우주에서 중성미자의 퍼즐을 맞춘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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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미자 연구는 일본이 독보적이다. 2002년 가지타의 스승인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명예교수도 같은 분야의 연구로 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어, 사제가 나란히 영예를 안게 됐다. 가지타 교수는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도쿄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연구는 곧 쓸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인류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면서 그런 순수과학에 초점을 맞춰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상자 명단에는) 내 이름만 나왔으나 이것은 연구진 모두의 것”이라며 슈퍼카미오칸데의 100명 넘는 연구진이 상을 받게 된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고 마이니치신문 등은 전했다. 맥도널드 교수는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내와 포옹한 것”이라면서 “태양에서 온 것을 관찰하기 위해 지하로 파고들어가야 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올해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을 거머쥠으로써 기초과학 강국임을 재차 과시했다. 지난해까지 일본은 물리학상 8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2명 등 2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올해 2명을 더했다. 지난해 원로 물리학자 아카사키 이사무 등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일본 언론들은 “일본의 높은 과학 수준을 보여준 쾌거”라며 환호했는데 올해 다시 잔치 분위기를 맞게 됐다. 한 해에 2개 이상의 과학 분야에서 일본인이 수상한 것도 2002년과 2008년에 이어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