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30222#한절골오두막만행(723)[오두막 봄단장]

옛그늘 2023. 2. 23. 08:25
20230222#한절골오두막만행(723)[오두막 봄단장]2011년 1월 찬바람이 가득한 날 첫 인연을 맺은 오두막이 12년 만에 봄단장을 마무리 했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 인생 또한 그런것 이다. 지난 1월말 은퇴하고 2월1일 마루창호공사를 했다. 1평 마루에 커피 기구를 설치하고 쇼파와 야외용 간이 의자를 토방에 놓았다. 마루가 탁자가 되었다. 해질녘 해가 성산산성으로 기울면 따뜻한 햇볕이 깊이 들어온다. 커피한잔을 내려 의자에 앉아 클래식을 틀어 놓으면 고즈넉하고 아늑한 작은 카페가 된다.

퇴직 하고 수업용 스라이드와 필름 자료 50여개' 제자들의 일상을 기록한 교무수첩이 30여권 이었다. 제자들이 만들어 준 담임 감사패, 제자들과 함께한 앨범도 있었다. 이번에 은퇴 하면서 가져온 것은 명패가 유일했다. 마누라들은 집으로 가져오면 기겁을 한다고 세상을 떠난 유교수도 그랬다. 퇴직하면 역사도 함께 지우라는 뜻이다. 교무수첩도 제자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 것 만 남겨두고 버릴 예정이다. 줄곧 오두막으로 출근하면서 치우고 청소하고 버리는 것을 반복하니 조금 정리가 되었다.

어제는 의령 산상골에서 점심을 먹자고 이종균,김경옥부부가 지인과 함께 왔다. 그냥 오면 될텐데 오두막에 필요한 선물까지 챙겨 왔다. 점심은 서북산 8부 능선에 있는 맛집 '약수산장'으로 향했다. 언젠가 주말 차대표님과 서북산 등산하고 내려오는데 한적한 식당에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불가 하다는 관례를 깨고 주인빽(!)으로 식사 했던 추억이 있다. 이번 점심도 모두 좋다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산상골의 이종균선생이 밥값을 냈으니 신세를 졌다.

점심을 먹고 차재문 대표님과 연락이 되어 가야읍 불빵집에서 커피 한잔 하며 오랫만에 세상사는 담소를 나누었다. 우수가 지난 봄날 한나절이 그렇게 지나갔다. 연일 때는 군불 덕분 인지 창호공사 때문인지 마루 카페에 따뜻함과 온화함이 가득했다. 모두 고맙고 행복한 시간을 가진 소확행이었다.
오두막 마늘
봄까치꽃
오두막군불
박광식 선생이 써준 한시
봄 매화
오두막 카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