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21112#책속의한줄고두현의시한편(299)[만약에]

옛그늘 2022. 11. 13. 16:53
20221112#책속의한줄고두현의시한편(299)[만약에]
만약에…
모든 사람이 이성을 잃고 너를 비난해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를 의심할 때 자신을 믿고
그들의 의심마저 감싸 안을 수 있다면
기다리면서도 기다림에 지치지 않는다면
속임을 당하고도 거짓과 거래하지 않고
미움을 당하고도 미움에 굴복하지 않는다면

그런데도 너무 선량한 체, 현명한 체하지 않는다면
꿈을 꾸면서도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생각하면서도 생각에 갇히지 않을 수 있다면
승리와 좌절을 만나고도
이 두 가지를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악인들 입에 왜곡되어
어리석은 자들을 옭아매는 덫이 되는 것을 참을 수 있다면
네 일생을 바쳐 이룩한 것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고
낡은 연장을 들어 다시 세울 용기가 있다면


네가 이제껏 성취한 모든 걸 한데 모아서
단 한 번의 승부에 걸 수 있다면
그것을 다 잃고 다시 시작하면서도
결코 후회의 빛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면
심장과 신경, 힘줄이 다 닳아버리고
남은 것이라곤 버텨라! 라는 의지뿐일 때도
여전히 버틸 수 있다면


군중과 함께 말하면서도 너의 미덕을 지키고
왕들과 함께 거닐면서도 오만하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들 중히 여기되 누구도 지나치지 않게 대한다면
누군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의 시간을
60초만큼의 장거리 달리기로 채울 수 있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네 것이다.
무엇보다 아들아,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 J 러디어드 키플링(1865~1936) : 영국 시인⸱소설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키플링이 열두 살 된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쓴 시이다. 이 시에 그의 철학과 문학의 정수가 응축돼 있다. 지금은 그의 아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가슴을 적시는 명시가 되었다. BBC가 뽑은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 1위에 두 번이나 선정되었다. 늦가을 정취가 가득한 가을날 시한편 읽고 주말 아침을 만난다.
[광려산 아침 만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