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181113#한절골오두막만행(433)[죽음 앞에선 어떤 욕심도부질없는것]

옛그늘 2018. 11. 16. 15:51
20181113#한절골오두막만행(433)[죽음 앞에선 어떤 욕심도부질없는것]
깊어가는가을날서정홍<농부시인>시인이 쓴 마음으로 읽는 전원 시 한편 옮긴다.

-사흘 만 살 수 있다면-

' 나를 먹여 살려 준 논밭을
맨발로 걸어보리라'

'저녁 연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살펴보리라,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놀라운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 하리다'

#서정홍 시인의 작품 노트
자고 일어나 눈만 뜨면 보이는 감나무는 하루가 다르게 울긋불긋 옷을 갈아 입더니, 어느새 이파리 다 떨어지고 홍시 몇개가 달랑 남았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찬기운이 돌아 사흘에 한번 군불을 때다가, 이제는 이틀에 한번 군불을 땝니다. '머지않아 겨울이 오겠구나!' 라고 생각하니 까닭도 없이 쓸쓸해집니다.
들녘에 하루하루 꽃이피고 지는 걸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농부들이 죽음을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하찮은 욕심 내려놓고 죽음을 생각하기 딱 좋은 철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흙에서 왔다가 흙에서 난 것을 먹고 살다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저도 지난 휴일 종일 오두막에서 지내며 군불 때고 청소하고, 꽃 바라보고, 오크라 묶어주고 지냈습니다. 점심은 오두막 마루에 앉아 가을 하늘을 보며 오뚜기밥에 상치 한포기 텃밭에서 뽑고 김치 한봉지 사서 삼겹살 구워 소찬을 했습니다. 옆집 할머니 감 따는 것을 도아주려고 장대를 들었는데 저보고 농부는 안되겠다고 했습니다. 오두막 텃밭에 있는 배추를 할머니가 건네준 지푸라기로 묶었는데 보더니 아야~ 농사는 안되겠다 하시네요. 농촌에서 느끼는 마음은 비슷한가 봅니다. 배추를 뽑고 나면 맨발로 한번 걸어보고 싶습니다. 가을은 쓸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