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작지만 진짜인 일… '정직함'을 굽는 부부
옛그늘
2015. 9. 15. 06:55
작지만 진짜인 일… '정직함'을 굽는 부부
입력 : 2015.09.14 03:00 | 수정 : 2015.09.14 05:57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저자 이타루·마리코 부부]
천연효모빵 통해 지역경제 순환 "자연·소상인 살리는 시도 늘어야"
이달 말 서울서 독자와의 만남
'작지만 진짜인 일을 하고 싶다.'
이 한 줄 문장이 40대 남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조직의 톱니바퀴로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던 이들에게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는 한 줌 빛이었다. 궤도를 벗어난 삶도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이 책은 지난해 여름 출간돼 10쇄를 찍으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책의 저자이자 '다루마리 빵집' 주인인 와타나베 이타루(44)씨 부부의 '조용한 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천연효모빵을 통해 자연과 지역경제의 순환을 이뤄보겠다는 열정은, 올봄 가게를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돗토리현으로 옮긴 뒤 더욱 뜨거워졌다. "더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숲이 울창하고 물이 풍부한 이곳으로 왔어요. 그렇잖아도 책에 나온 예전 주소로 빵집을 찾아갔다 낭패 본 독자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이 한 줄 문장이 40대 남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조직의 톱니바퀴로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던 이들에게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는 한 줌 빛이었다. 궤도를 벗어난 삶도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이 책은 지난해 여름 출간돼 10쇄를 찍으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책의 저자이자 '다루마리 빵집' 주인인 와타나베 이타루(44)씨 부부의 '조용한 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천연효모빵을 통해 자연과 지역경제의 순환을 이뤄보겠다는 열정은, 올봄 가게를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돗토리현으로 옮긴 뒤 더욱 뜨거워졌다. "더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숲이 울창하고 물이 풍부한 이곳으로 왔어요. 그렇잖아도 책에 나온 예전 주소로 빵집을 찾아갔다 낭패 본 독자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돗토리시에서 자동차로 20여분 떨어진 지즈(智頭) 마을. 100년 고택에 빵집을 차렸던 오카야마에서와 달리, 폐교된 초등학교에 빵집을 열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뭣보다 제분기를 들여놓고 싶었다. "마을에 제분기가 있으면 밀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니까요. 기업에서 쓰는 최첨단 제분기가 아니라 70~80년대 구형 제분기를 구입했습니다. 거칠지만 밀의 풍미가 강하게 살아나지요." 이타루씨는 효모를 공업적으로 배양한 이스트 대신 자연에 서식하는 다양한 야생효모를 증식시킨 천연효모로 빵을 만든다. 쌀, 보리, 밀 등 자연재배한 곡식만 사용하고 설탕과 버터는 쓰지 않는다.
또 다른 도전은 맥주다. "열심히 노동한 뒤 마시는 한 잔 술을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20대부터 꾸었어요. 발효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그 정점이 술이고요. 맥주와 빵 사이에도 순환이 일어납니다. 10L 맥주를 만들면 2L의 효모가 가라앉는데 이걸로 빵을 만들면 공정이 줄고 빵 맛은 최고가 되지요."
이타루씨가 제빵사라면 아내 마리코씨는 다루마리의 경영을 책임지는 'CEO'다. 유기농산물 도매회사에 다니던 이타루씨와 동료 직원으로 만나 결혼했다. 천연균 채취에 실패하고 반죽이 부풀지 않아 숱하게 실의에 빠진 남편을 다시 일으켜세워 지금까지 오게 한 주역이다. 첫 빵집을 열었던 지바현에서 오카야마현으로, 다시 돗토리현으로 옮겨다니느라 그녀는 "몸무게가 엄청나게 빠졌다"며 웃었다. "하지만 더 좋은 빵과 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남편의 꿈을 꺾고 싶지 않았어요."
또 다른 도전은 맥주다. "열심히 노동한 뒤 마시는 한 잔 술을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20대부터 꾸었어요. 발효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그 정점이 술이고요. 맥주와 빵 사이에도 순환이 일어납니다. 10L 맥주를 만들면 2L의 효모가 가라앉는데 이걸로 빵을 만들면 공정이 줄고 빵 맛은 최고가 되지요."
이타루씨가 제빵사라면 아내 마리코씨는 다루마리의 경영을 책임지는 'CEO'다. 유기농산물 도매회사에 다니던 이타루씨와 동료 직원으로 만나 결혼했다. 천연균 채취에 실패하고 반죽이 부풀지 않아 숱하게 실의에 빠진 남편을 다시 일으켜세워 지금까지 오게 한 주역이다. 첫 빵집을 열었던 지바현에서 오카야마현으로, 다시 돗토리현으로 옮겨다니느라 그녀는 "몸무게가 엄청나게 빠졌다"며 웃었다. "하지만 더 좋은 빵과 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남편의 꿈을 꺾고 싶지 않았어요."

20대 후반까지 정크푸드에 절어 '백수'처럼 살다가 학자인 아버지가 건네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삶의 방식을 바꿨다는 이타루씨는 빵을 통한 지역경제의 순환, 노동의 순환, 기술의 순환을 추구하고 있다. 자연 농법으로 재배한 곡식, 울창한 삼림이 제공하는 나무와 물로 좋은 빵을 만들어 정직한 가격에 팔고, 그 수익을 농가와 지역 주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충분히 쉬어야 더 좋은 빵을 굽는다는 원칙도 여전했다. 매주 화요일, 수요일 문을 닫고 종업원들은 1년에 한 달 이상 장기 휴가를 떠난다. 정직한 가격으로 생산자, 소비자, 종업원, 자연 누구도 착취하지 않고 '생명의 양식'을 만든다는 게 이 부부의 신념이다. "빵값이 비싸면 부자들만 먹을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타루씨가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저희도 처음엔 부자들만 빵을 사러 오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그런데 저희 집 단골은 어린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죠. 제 가격, 제대로 만들어진 진짜 음식을 먹이겠다는 신념으로 도쿄에서도 찾아옵니다.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겠죠. 모든 자본이 대기업, 대도시로 흘러들지 않고 농민과 소상인, 지역 장인들을 살리는 데 쓰이려면 이런 시도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별인사를 나누는데 이타루씨가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이달 말 서울엔 온단다. 30일 저녁 7시 30분 서울 홍대 앞 레드빅스페이스에서, 10월 1일 4시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독자와 만난다.
작별인사를 나누는데 이타루씨가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이달 말 서울엔 온단다. 30일 저녁 7시 30분 서울 홍대 앞 레드빅스페이스에서, 10월 1일 4시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독자와 만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