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41018#한절골오두막만행(806)[가을 만행]

옛그늘 2024. 11. 22. 17:55
20241018#한절골오두막만행(806)[가을 만행]유치원 등원하는 5살 손자가 집을 나서며 "할아버지 오늘 비옵니다. 오두막 가지 마세요" 하면서 애교를 부리고 나갔다. 5살 손자가 70넘은 할애비를 걱정하는 세상이다. 대한민국 일기예보는 유치원 아이들도 아는가 싶었다. 아마도 전날 하원을 할때 유치원에서 내일 비가 오니 우의를 준비 하라고 했는가 싶다. 손자는 올 때 예쁘고 갈 때는 더 예쁘다고 했다. 그래도 손자가 소소한 행복을 준다. 어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도 포니정 시상식에서 모든 인터뷰와 축하를 사양하고 아들과 차를 마시며 있었다. 행복은 거창한 노벨문학상이나 상금처럼 거창함과 화려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소소하고 작은 것에 있다.

이른 점심을 먹고 '오두막 가지 말라'는 손자 말을 생각하며 작은 쉼터 한절골 오두막으로 향했다. 잔뜩 흐린 날씨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것 같았다. 벼가 누렇게 익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농로에 차를 세우고 풀들을 낫으로 베었다. 농로에 장애물이 없어져 길이 훤하다. 한절골 도림마을 중간에 있는 오두막도 지붕으로 덜어지는 홍시 떨어지는 소리만 적막을 깬다.손바닥 만한 오두막 마당에 옆집 감나무에서 떨어지는 나뭇잎과 대봉감 홍시가 처치곤란이다. 요즘 홍시는 아이들 군것질 거리에도 끼지 못한다. 소나기가 속절없이 쏟아졌다. 빗소리와 풍경을 바라보며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군불을 지폈다. 다소 귀찮기는 해도 아궁이에 군불을 두시간 정도 때고 나면 두꺼운 구둘장을 타고 은은한 온기가 올라온다. LP음반에 바늘을 얹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홍차 한잔을 내려 마당과 배추밭에 시나브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는 한가로운 작은 쉼을 만났다. 이런 것이 작은 즐거움이다.
오두막 배추
오두막 감나무
오두막 군불
오두막 홍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