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40921#한절골오두막만행(801)[배추 농사]

옛그늘 2024. 11. 2. 08:58
20240921#한절골오두막만행(801)[배추 농사]귀농한 농부는 아니지만 농심은 천심 이라고 했다. 한절골작은오두막을 1주일에 한 두번 오고가는 쉼터를 두고 귀촌이니, 귀농이니 하는 것은 민망스럽다. 한절골 들판을 지나다 보면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과장 된 것은 아니다. 땅심이 좋은 논의 벼는 폭우가 쏟아져도 쓰러지지 않고 든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부지런한 농부의 논에는 피 같은 잡초도 없었다. 지난 월요일 추석 전날 오후 늦게 2번째 배추 20포기를 심고 뿌리가 잘 내리라고 열기는 남아 있었지만 물을 촉촉하게 주고 왔었다.

엇그제 폭우가 내리고 난 다음날 배추의 생육상태가 궁금 해서 한절골 오두막으로 향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농촌에서 사는 것을 전원의 아름다움으로 티브이 드라마 같은 꿈을그린다. 사람사는 세상이야 어느 곳이라도 만만한 곳이 없는 것 처럼 한절골 작은오두막의 쉼터 생활도 녹녹치 않았다. 마당과 텃밭에 비만 오면 우후죽순 처럼 자라는 풀을 뽑으며 전쟁에서 승리 한 것 처럼 우쭐하지만 돌아서면 또 풀이다. 그래서 인생을 잡초 처럼 살아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무공해 채소를 먹겠다고 퇴비 구입해서 흙에 넣고 씨만 뿌리면 될줄 알았다. 채소도 온갖 병충해가 괴롭힌다. 그렇다고 농약을 뿌릴 바에는 안하는 것이 낫다고 여겼다.

매년 찾아오는 청개구리,사마귀,나비,벌들은 이로운 곤충이지만, 모기,파리,거미줄 또한 오두막 나그네를 괴롭힌다. 해충과의 전쟁은 살충제 분사약이나 모기향을 피우지만 가급적이면 하지 않는다. 귀촌이나 귀농을 해서 실패를 하는 사람들은 잘 될 것 같은 욕심 때문에 시행 착오를 겪는다. 10년 동안 오두막에 오고가면서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욕심과 탐욕을 내려놓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20포기를 심은 배추는 겨우 2포기가 살아 남았다. 하늘의 뜻이고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하니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두막의 배추심기는 농촌마을을 오가는 즐거움의 한가지 일뿐이다.
행복한 주말의 아침풍경
부지런한 농부의 한절골 농사
폭우로 초토화 된 한절골 오두막 배추 밭
겨우 2포기 남고 모두 말라 죽었다
그래도 살아남은 배추 한포기
오두막 화단 산상골 선녀가 심어준 천일홍이 위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