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4#커피한잔의생각(907)[큰개불알풀]
봄기운이 비치는 양지바른 오두막에 작고 푸른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학명은 '큰개불알풀'이다. 꽃이 진 뒤 열매가 두 개로 나란히 붙어 맺히는 특징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큰 개불알풀을 '봄까치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월부터 봄소식을 전하며 꽃을 피운다고 해서 이런 우리말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해인 시인이 시 '봄까치꽃'에서 "반가워서 큰 소리로 내가 말을 건네면 (중략) 부끄러워 하늘색 얼굴이 더 얇아지는 꽃"이라며 꽃이 핀 풍경을 묘사해 더욱 알려졌다.
땅에 붙어 발목 높이보다 아래로 낮게 자란다. 꽃도 1㎝ 미만의 손톱만 한 크기이다. 꽃을 보면 앙증맞은 꽃잎 네 장에 짙은 보라색 줄무늬가 있다. 큰개불알풀은 본래 유럽종이다. 지금은 전 세계 온대 지역에서 자라고 있다. 개불알풀 속(屬) 식물은 약 460종이다. 큰 개불알풀처럼 꽃대 하나에 꽃이 하나씩 나는 종류부터 긴 꽃대에 꽃이 모여 나는 꼬리풀까지 다양하다.
비슷한 '개불알풀'이 있다. 큰개불알풀과 달리 개불알풀의 꽃은 분홍색이고, 꽃 크기도 2~3㎜ 정도로 조금 더 작다. 두 식물 모두 정원이나 농경지에서 자라는 잡초이다. 극단적 환경 변화에도 흙 속에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씨앗을 많이 만들어 낸다. 특히 큰 개불알풀은 열매 하나마다 안쪽에 씨앗 11~17개를 맺고, 뿌리 하나를 공유하며 자란 줄기들(한 포기)의 열매를 모두 합하면 씨앗이 1100여 개 맺힌다는 연구이다. 강한 번식력 때문에 농사에 방해가 된다고 하기도 하며 오두막 입구와 텃밭에도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흙 속에 저장된 씨앗은 '토양종자은행(soil seed bank)'이다. 씨앗들은 적절한 환경이 갖춰지면 쉽게 싹을 틔울 수 있다. 화산 폭발이나 홍수·산불과 같은 일을 겪어도 식물이 다시 지표면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 주는 생존 전략이다. 자연에서 생명을 잉태하는 모든 것은 나름대로의 사유가 있다. 자연에서 배우며 순응하는 것이 아름다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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