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11103#커피한잔의생각(875)[불확실한 사계]

옛그늘 2021. 12. 14. 07:08

20211103#커피 한잔의 생각(875)[불확실한 사계]

오두막 아궁이에 군불을 때고 햇볕이 내리는 마루에 앉았다. 엘피 전축에서 은은한 비발디의 사계가 흘러나왔다.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는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아주 익숙한 곡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풍경을 머리에 그리며 듣노라면 우리 삶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지저귀는 새소리,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소나기 내리는 소리, 번개와 뇌성, 사람들이 추수의 기쁨을 노래하는 풍경을 떠올리고, 갑자기 찾아오는 고요함, 차가운 바람 소리, 난롯가에서 두런대는 사람들의 소리. 비발디의 사계가 주는 음악은 계절의 순환을 담아 삶의 풍경을 다채롭게 해 준다. 그러나 지금 오두막은 계절의 질서가 교란되고 있다. 조화롭던 단출한 계절의 순환이 무너지면서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인간에게 경고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자연재해의 경고는 비단 작은 오두막 뿐만은 아니다. 그러나 편리함에 도취해 버린 인간들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 엊그제 영국에서 선진국 정상들이 모여 지구 온난화를 논의했다. 우리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줄이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에 견줘 40% 낮추겠다고 비전을 내놓았다. 불확실한 미래를 여는 것은 비발디의 사계가 아니라 바로 우리이다. 우리 후손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다. 불필요한 소비와 낭비를 줄이고 근검절약하는 자세가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