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210815#한절골오두막만행(647)[오두막 손님들]

옛그늘 2021. 9. 20. 11:03

20210815#한절골오두막만행(647)[오두막 손님들]

입추가 지나고 서늘한 바람이 불 때 오두막은 더 정겨움이 담겨진다. 오두막을 수리 할 때는 대문이 있었다. 동네 할머니께서 지나가다 대문 없어도 들어가는 사람은 없다고 한마디 했다. 그날부터 오두막 대문을 치워 버렸다. 오두막 대문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마찬가지 였다. 고양이도 찾아오고 바람과 나비와 개구리도 누구나 오는 공간이다. 비가 오고 난 텃밭에 까마중과 비단풀이 융단 처럼 깔렸다. 아궁이에 군불 지피고 거미줄 걷고 쓸고 LP음반에 바늘을 얹고 커피한잔 내리며 작은 여유를 만났다.

창원시보 편집위원인 경남문인협회 박안평(서현)사무국장과 이달균회장 등 4사람이 백이산과 숙제봉을 등산하고 누추한 오두막에 들렸다. 경남문협 이달균 회장은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이다. mbc경남 라디오 방송과 경남신문에 14년간 연재했던 졸필의 글을 통해 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와 나를 익히 알고 있었다. 김일태 시인도 잘아는 사이이다. 참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평 마루에 서너평 되는 오두막 황토방의 냉방시설은 덜덜거리는 선풍기 2대가 전부이다.

경남문협 이달균회장 일행들과 따뜻한 커피한잔 마시며 문학과 삶, 문화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문학에서 가장 경지가 높은 분이 시인 인데, 시인과 담소는 오랫만에 시인이 들려주는 진솔함이 주말을 더 아름답고 빛나게 했다. 시집 두권을 선물로 오두막에 두고 갔다. 대문없는 오두막 앞에서 시인 일행을 배웅했다. 누구나 머무는 작은 공간을 따뜻한 온기로 채워주는 넉넉한 마음이 가득함을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