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43531203#한절골오두막만행(596)[겨울이 묻다]

옛그늘 2020. 12. 3. 11:22

43531203#한절골오두막만행(596)[겨울이 묻다]오두막에도 겨울이 차츰 깊어진다. 낮이 짧고 밤이길다. 해가 지면 이내 진한 어둠이 오고 골목길을 스쳐오는 바람이 외롭고 더 쓸쓸한 마음을 안겨준다. 겨울이 오기전 오두막 텃밭의 배추는뽑아 김장을 했다. 텃밭은 배추를 내주고 속살을 드러낸체 동안거에 들어갔다. 배추 몇포기를 다 보내지 않고 무명옷 같은 천막으로 어설프게 덮어 놓았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는 날 삼겹살에 막걸리 한잔의 작은 여유를 만나고 싶다. 자연을 닮은 욕심이다.

오두막 텃밭은 아름다운 자연의 순화 공간이다. 커피를 내리고 나오는 찌꺼기는 음식물 쓰레기에 버리지 않고 발효시켜 밭에 부린다. 오두막 아궁이에서 나온 재도 섞어준다. 감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도 밭에 떨어져 퇴비가 되었다. 자연이 주는 물과 공기로 배추는 포기는 한아름이나 되게 자랐다. 자연이 주는 지긋한 고마움이다. 텃밭 끝에는 봄까치꽃과 광대나물꽃이 보일듯 말듯 대화를 걸어온다. 잡초라고 쉽게 뽑지 못하는 이유이다. 오두막 담장을 보수하고 황토방도 한지 바르며 아주 천천히 마음 가는대로 하고 있다. 아궁이에 군불 지피고 방안에 온기가 차면 잔잔한 음반의 선율 속에서 지인이 보낸 홍차를 우린다. 작은 소확행이다.

한절골 오두막일몰 어제

배추를 뽑아 낸 오두막 텃밭 지난 주말

겨울의 진객 김장배추 지난주말

한절골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어제

오두막 황토방에 한지를 바르다. 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