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늘 광장

20181105#한절골 오두막 만행(430)[가을 소슬바람]

옛그늘 2018. 11. 11. 07:04


20181105#한절골 오두막 만행(430)[가을 소슬바람]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가 홀연히 떠나고 있다. 가을이 가는 풍경을 오두막한절골에서 만났다. 봄바람은 산뜻하고 여름바람은 시원하고 겨울바람은 차갑다. 해 저문 오두막에서 만난 가을은 소슬바람이다. 옛사람들이 쓴 글을 뒤적여 봐도 예나 지금이나 가을은 변함이 없을 터이니 앞 사람들이 느낀 가을을 지금 제대로 일러 주리다.

경허선사는"노을 물든 텅빈 절/ 무릎 안고 졸다/소슬한 가을바람 놀라 깨어보니/ 서리맞은 단풍잎만 뜰에 차누나" 라고 읊었다. 가을은 흔히 성찰의 계절이라고 한다. 율곡 이이가 가을을 즐기며 쓴 한시 한편을 읽어 볼 만 하다. 율곡도 가을 숲에서 약초캐기에 흠뻑 빠져 들었다가 길을 잃은 자신을 떠올린 듯한 시이다. 황동규 시인은 "시를 쫓아가다 보니 바야흐로 삶의 가을이다. 주위에서 자신의 때깔로 단풍들거나 들고 있는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했다.

젊은 시인 문태준은 가을을 모과의 계절이라고 했다. 울통불통한 모과를 들고" 내가 모과 같았지요"라고 했단다. 문득 문시인의 모과를 읽으니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모과를 참외 인 줄 알고  따다 백양사 스님께 벌청소를 했던 추억이 가을 날 떠오른다. 가을은 그렇게 가슴속에 묻어둔 추억을 끄집어 낸다. 소술한 가을바람이 오두막 군불앞에서 따뜻함으로 만져 준다. 가을의 어둠은 외로워지는 계절이다.